한번 더 생각하면 뇌가 더 쉽게 기억하니까.
일부러 생각하지 않으려 하는 것. 상기시키지 않아야 기억이 오래 남지 않을 것 같아서. 왜 안 좋은 기억은 더 곱씹게 되는 것일까. 공부는 곱씹기 싫은데 말이지. 장기기억으로 기억하게 하려면 눈으로 보고 소리 내서 읽고 형상화하면서 기억하는 등 여러 노력이 필요한데, 역으로 생각해서 장기기억으로 기억되지 않게 하려면 저런 것들을 하지 않으면 되는 거겠지? 근데 참 뇌는 익숙한 걸 좋아해서 그런지 과거의 쓰라린 기억들도 참 익숙하게 기억해내네. 주변의 것들을 볼 때마다 뇌는 무의식적으로 과거의 기억을 엮어내기 때문에 참 잔인해. 그래서 반쯤 의식을 놓은 채 많은 것들에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하게 돼.
난 잠이 많은데 더 매일 더 자고 싶어.
억지로 잠을 청하는 게 너무 좋달까. 잘 때는 생각이 나지도 않고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머리가 아플 때까지 계속 더 자고 싶어. 근데 이건 뇌가 죽고 싶은 거래. 내 뇌는 죽고 싶은 거야. 내가 죽고 싶은 게 아니라 내 뇌가 죽고 싶은 거. 잘 때만큼은 뇌가 죽어있는 것과 마찬가지인가 봐. 온갖 용어들을 덧붙여서 합리화하고 싶지 않아. 그냥 나는 더 더 잠을 자고 싶어. 스트레스 지수가 심해질 때면 다 놓고 그냥 내리 잠만 자고 싶어. 내가 잠을 엄청 잘 때면 주변 사람들이 내가 힘들어서 그런가 보다, 내 뇌가 견디기 힘들어서 죽고 싶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알아주고 알아서 배려해줬으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내 주변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뿐이네. 그냥 나는 그들 눈에 게을러빠진 실패자처럼 보일 뿐이지.
무의식 중에는 가장 익숙한 기억들이, 그냥 쉽게 떠오르는 기억이 대부분이지. 근데 나한테는 그런 기억들이 모두 이제는 잔인한 떠올리기 싫은 것들이 대부분이 되어버려서 괴로운 시간이 많지. 그리고 그런 기억들을 구체적으로 적어내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 적어내면서 내 뇌는 한번 더 상기하게 될 거고, 내 생각하는 방식의 특성상 이미지로 형상화된 기억이 대부분인데, 한번 더 떠올리면서 기억이 더 선명해질까 봐. 그래서 구체적으로 그런 수박씨 발라먹을 새끼 같은 얘기는 적지 않는 것. 워낙에 쓰레기 기억이라 더 이상 내 뇌를 더럽히고 싶지 않아. 그렇다면 앞으로 내내 더 잠만 자야 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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