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블로그는 뭐였을 까,
그동안이라 함은, 중 고등학생 때부터 2020년 중반까지 해왔던 블로그. 포스팅. 거의 매일 하나 이상의 포스팅을 해왔던 나. 그리고 작년 중반부터 모든 sns에서 일부러 손을 뗐고 멀어졌다. 매일 그냥 술술 적어 내려 갔던 곳에서 나 자신을 떼어내니, 왜 내가 없어진 것 같았을까. 자신을 드러내지 않으면 그것이 내가 아닌 것 같았고, 별거 아니지만 드러내어진 모습들이 내 모습 같았다. 근데 그렇게 블로그에 나를, 나의 기록을 적어 내려가던 행동을 하지 않으니 매우 허전했다.
그냥 모든 것으로부터 숨고 싶었다.
지금이라고 숨고 싶지 않은 건 아니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 일 때문에 내가 나의 익숙한 무언가들을 많이 버려야 한다는 것이 억울했지만, 다 필요 없고 그냥 나를 아는 모든 것들로부터 숨고 싶었다. 억울하게 이혼당한 나를 숨기고 싶었다. 근데 너무 억울한 거 있지?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난 피해자인데. 가해자는 멀쩡히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사는데 피해자인 내가 쪽팔려서 나 자신을 숨기게 된다는 게 너무 억울하고 화나면서도 나는 나 자신을 더욱더 숨기고 싶어 진다는 게 참.
한편으로 슬픈건 뭔 지 알아?
sns, 카톡만 없애도 그냥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게 참 쉽다는 거.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건 그냥 이런 모바일 속에서 계정만 삭제하면 쉽게 사라지더라. 그냥 다 끊어낼 수 있다는 것. 허무하면서도 이게 요즘의 세상인가 싶기도 하고. 실존하는 나의 존재는 이 땅에 두 발로 서 있지만, 실제로 소통해오던, 나의 삶을 드러내던 곳에서는 그냥 쉽게 바로 사라질 수 있다는 것. 물론 내가 인간관계가 좁아서 가능했을 수도 있지만, 그냥 참 쉽더라. 쉽게 사라질 수 있다는 게 좋으면서도 슬펐어. 그동안 한 번도 변경한 적 없던 휴대폰 번호도 변경하고, 연락처도 싹 정리하고. 그러니 50명도 남지 않더라. 걷어낼 것들을 다 걷어내니 정말 민낯의 내가 드러난 느낌이랄까. 씁쓸하면서도 그게 진짜 세상이겠구나 싶기도 하고. 슬프면서도 받아들이게 되고 그렇게 의도치 않게 나는 가벼워졌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졌던 걸, 어쩌면 처음부터 알았으면서 뒤늦게 알아버린 것처럼 하다가 너무 늦게 인정해버린 것. 그래서 그냥 그 단추가 잘못 끼워진 셔츠를 다 찢어버리게 된 것. 인정하기 싫어서 그동안 눈 감고 모른척 하다가 결국은 마지막 단추까지 어긋나는 걸 보고 찢어버린거겠지. 애초에 첫 단추는 썩은 단추였는데 말이지. 그땐 왜 썩은 단추가 좋아보였을까. 그 썩은 단추를 좋게 볼 만큼 나 자신이 초라했던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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