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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함부로, 겪어봐서 아는 척, 위로 하지 마세요

by 루이지애나 2021.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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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나의 아픔에 대해서 너가 공감하는 것 처럼, 나도 다 겪어봐서 안다는 식으로, 다 지나갈 거라고, 자기도 그랬었다고 함부로 위로의 형태를 빌려 자기 얘기를 하지 마세요. 그렇게 빗대어 말하지 마세요. 절대 위로도 안 되고 더 기분 나쁨. 나의 상처를 드러내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는데 드러내자마자 맛을 가로채듯 하며 나는 10% 물꼬를 틔웠다면 다른사람이 90% 자기 얘기로 뒷 받침 하는게 과연 누구를 위한 뒷받침인가요? 그냥 당신의 상처에 대해 어떻게 겪었는지 무용담스럽게 말하는게 상처투성이인 사람 앞에서 적당한 위로의 형태라고 생각하고 지껄이는 건가요? 나보고 왜 나의 힘든 얘기를 안하냐고 했지? 왜일까 너에게 물어볼게. 넌 친구라고 하지만 흠 너 없을 때 내 상처얘기를 하고싶네. 넌 내 상처 얘기를 듣고 '근데 나도 그랬을 때 있어. 나는 이래래ㅐ래ㅐ래래래~~~~ 했었어' 라는 식으로 결국은 너 얘길 하니까. 참 그 뒤로 말을 안 하게 되더라. 내가 어렵게 마음 장전하고 한 마디 꺼내면 넌 열 줄 이상 줄줄줄 말하니까. 원래도 말 많고 겉으로 외향적이로 활발한 사람인 너에 비해 난 아주 내향적이고 조용하지. 

 

확실히 밝힐게.

내가 겪은 상처는 너가 말했던 그런 상처에 비교가 안 된다.

난 누가 뭐래도 불쌍해보이는 사회적 마크가 생긴거고 넌 아니잖아?

난 씻어낼 수 없는 불명예스러운 마크를 내 인생, 죽을 때 까지 지울 수 없는데

넌 니가 말하지 않는 이상 그 기간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될 수 있잖아?

그리고 나처럼 누가봐도 핸디캡인 낙인을 갖고 있는 건 아니잖아?

지금 봐도 알 수 있듯이 너는 잘 살고 있고 다른 사람도 생겼잖아.

 

넌 내 친구야. 그래도.

상처의 정도를 가늠하는 것 역시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부분이라 너의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 그렇기에 나는 함부로. 너의 상처에 대해 입밖으로 가볍게 내 경험을 들먹이며 위로하려 하지 않아. 그러고 싶지도 않고 별로 비교하고 싶지도 않고. 그냥 너랑 나의 상처는 다른거니까. 그러니 제발 다 아는 것 처럼, 미리 다 겪어봐서 아는 것 처럼 그렇게 얘기하지 마. 그럴 수록 나는 더 할 말이 없어지고 말 할 곳이 없어지고 더 겉도는 얘기만 하게되서 슬프니까. 그래도 넌 친구다. 그러니 그냥 평소에는 가볍게 재밌는 얘기를 많이 하더라도 내가 마음먹고 어두운 얘기를 용기내서 꺼낼 즈음에는 그냥 좀 너의 얘기를 하지 말아줘. 너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듣고 싶어서 내 얘기를 꺼낸 게 아니야. 어차피 그 누구도 해결책을 줄 수 없는 걸 알아. 그래서 얘기를 잘 안하는 편이었는데 그런 내가 오죽했으면 힘겹게 입을 떼었을까. 그런 나를 좀 고려해 본다면 경솔하게 내 앞에서 아는 척, 겪어봤는데 그렇더라. 는 식의 말은 제발 하지 말아 줘. 그냥 조용히 내 얘기를 듣기만 해줬더라도 그게 난 더 위로가 되었을 것 같아 친구야.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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